
오래전 이야기지만 난 영포자였다. 중학교 이후로 영어와 단 한번도 친해본적도 없었고, 딱히 영어를 배워야할 목적도 없었다. 그런 내가 원어민과 별 문제 없이 대화하게 될 정도로 실력이 늘게된 첫단추는 단 하나였다. 영어 원서. 한글로 출판된 소설 중에 내 취향의 가짓수가 턱없이 적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로지 책을 읽겠다는 일념 하나로 무턱대고 시작했다
이 방법들은 개인의 방식 중 하나일 뿐이고 모두에게 적절한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나처럼 아예 바닥부터 시작해서 갈피를 잃거나, 책이라는 매체에 간절함을 느끼거나, 단기적으로 급하게 배울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간략하게 적어본다. 트위터나 마땅한 sns가 없던 시절부터 썼던 방법인 것을 참고해주길 바란다
내 실력부터 알자
처음부터 듄, 정의란 무엇인가, 코스모스, 1984 같은 원서를 읽는다는 큰목표가 있으면 좋지만, 이 책들을 먼저 잡으면 안된다. 당연히 우리는 힘껏 의욕을 끌어올리고 시작했다가 몇 장 못가서 포기하게 된다. 꾸역꾸역 한다 해도 반절도 못가서 원서를 읽는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내가 읽고 싶은 책과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은 다르다. 큰목표를 만들어 두되, 작은 목표부터 천천히 쌓아올리자. 초,중,고 학생들이 읽을만한 동화책을 읽어야 할 정도라고 해도 부끄러울 것 하나 없다. 어느나라나 이런식으로 비슷비슷하게 시작한다. 처음부터 다 잘하는 사람이 보통이 아닌거다
우선 내 렉사일(Lexile) 지수부터 확인해보자.
렉사일 지수는 미국 교과 과정 기준으로 미국 학생들의 읽기 능력을 판단할수 있게끔 만들어진 읽기 평가 수치다. 즉, 내 렉사일 지수를 파악해서 어떤 책이 내가 읽을만한 수준인가 아닌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https://preply.com/en/learn/english/test-your-vocab%EF%BB%BF
대략적인 테스트니까 참고용으로 보길. 해당 결과값을 10으로 나누면 된다

자신의 읽기 레벨이 어느정도인지 감을 잡았다면
렉사일 공식 홈페이지(링크)에서 해당 기준에 맞는 책을 추천 받거나 찾아볼 수 있다.
렉사일 코드
BR : 렉사일 측정값이 0L 미만인 독자에게 적합한 도서
AD : 학생이 혼자 읽는것보다 어른이 큰 소리로 읽어주는 것이 더 좋습니다
NC : 읽기실력이 높은 수준이지만 연령에 맞는 콘텐츠가 필요한 독자들에게 적합함
HL : 덜 복잡하면서 낮은 수준의 자료가 필요한 고학년 학생들을 위한 콘텐츠
IG : 일러스트 가이드
GN : 그래픽 노블. 만화지만 사실상 글이 절반이나 차지하는 그림소설에 가까움
NP : 구두점이 없는 시나 요리법등의 도서
《아마존 이북 킨들 유저라면 해당 책 인포에 표기된 렉사일 지수를 참고할 것!》
책을 고르는 기준을 만들자
내 실력에 맞는 원서를 고르는 게 우선이지만, 나 같이 작심삼일을 밥 먹는 듯이 하는 부류에겐 무엇보다 흥미가 최우선이어야 한다. 매일 정해진 시간동안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흥미에 달려있다. 따라서 무조건 내가 궁금해하고 재미있어할만한 책을 골라서 읽어야한다
나는 당시 내 수준보다 조금 높지만 가장 재밌을만한 로맨스가 섞인 YA(영어덜트. 청소년 대상 소설장르) 소설을 골라서 읽기 시작했었다. 책은 '내가 예뻐진 그 여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렉사일 가이드에서도 스윗 스팟(Sweet spot)이라고 본인의 지수보다 100L 낮거나 50L 높은 범위의 도서를 추천한다. 낮으면 술술 읽어나가기 쉬울테고, 높으면 그 나름대로 한단계 끌어당길 수 있는 길이 된다
아침 드라마 뺨치게 가족 드라마가 펼쳐지는 책을 읽든, 동화책을 읽든 본인이 좋아하고 잘 읽을만한 걸 고르는걸 적극 추천한다. 하지만 극초반에는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 역사 관련, 고전문학 장르를 선택하는 걸 웬만하면 보류하길 바란다. 일단 사용하는 용어가 일반적이지 않고 시대에 맞지않는 어투를 학습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막장 스토리를 읽는건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하겠지만 적어도 암행어사 납시오 같은 문장은 나오지 않으니까. 몇 권 읽어보고 나중에 읽어도 상관없지만 아주 초반에는 읽지 않는걸 권한다
하지만 정말로 집중력과 끈기가 부족하다 싶으면 장르나 역사물이라도 일단 내가 흥미있어 하는걸 읽자. 안 읽는 것보단 낫다
원서를 읽으면서 해볼만 한 것들
■ 영어 필사
중2 수준의 제대로된 영어 문장을 읽지도 못할때부터 시작했던 방법이다. 일단 페이지 수가 적고 적당한 수준의 책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한 문장을 이해하고 소리내서 읽고 곧바로 노트에 필사한다. 영어가 정~말 어렵다고 느껴질 정도면 원문을 보면서 필사해도 된다. 대신 그 문장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즉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검색해보고 무슨 뜻인지 알아야한다.
이 과정이 정말 느리기 때문에 진도가 안 나간다고 답답할수있다. 오히려 다음 문장, 다음 장에 무슨일이 일어날까 궁금해서 책을 놓을수 없게 되는걸 원동력 삼아보자. 느려도 이렇게 계속해서 다음, 다음을 읽다보면 어느새 한 권이 끝나있다. 어느정도 하다보면 문장 구조에 익숙해진다. 스트레스를 받고싶지 않으면 오탈자를 따지지 말고 필기라는 행위에만 신경쓰자. 특히 낯선 로고나 브랜드, 사람이름 같은 명사는 모르는게 당연하므로 크게 아쉬워하지 않고 천천히 익숙해지는게 좋다
아주 초보 수준이 아니라면 비문학이나 수필을 필사하는 걸 추천한다. 내 경우는 오로지 원서를 읽고 싶다는 목적 하나만 있던 때라 가능한거지, 문법을 갈고닦고 싶다면 소설보단 비문학 필사가 더 도움이 된다.
마침 며칠 전에 통역사나 번역가들도 종종 쓰는 방법이 위의 방법들과 똑같아서 놀랐는데 난 지금도 n년째 꾸준히 하고있으니 누구든 해봄직하다
■ 독서시 모르는 단어를 찾아야 할까?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완벽히 알아야 이해가 가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나는 위에서처럼 필사나 각잡고 공부하는게 아니면 그냥 넘어갔다. 초반에야 의욕이 넘쳐서 읽다가 하나하나 찾아보지 나중에 가면 지치고 귀찮아서 책마저 들여다 보기 힘들어진다. 그러니까 본인에게 맞는 적당한 선을 찾아야한다.
웬만한 단어는 책을 읽다보면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자주 접할수록 문맥상 뜻을 유추할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예시를 많이 접하게 되는거다. 하지만 자꾸 나오는 와중에도 정확한 뜻을 모른다면 한번쯤 검색해보자
■ 오디오북과 받아쓰기
영어권은 오디오북 시장이 디폴트라고 할 수 있을정도로 크다. 웬만한 책은 거진 다 오디오북이 있다고 보면 된다. 아마존에서 해당 원서의 오디오북을 구매해서 같이 읽어보자. 훨씬 큰 도움이 된다. 같은 아마존에서 이북까지 구매했으면 오디오북과 동기화되서 훨씬 유용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오디오북으로 듣기, 쓰기, 말하기까지 연습해볼수 있다
우선 내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서 오디오북으로 들으면서 받아쓰기를 해보자. 한 문장 듣고 받아쓰기를 하고 안 들리는 부분은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최대한 써보고 원문을 보면서 빨간펜으로 틀린 부분을 고쳐 쓴다. 그리고 이 부분을 다시 들어본다. 연음이나 강세도 신경써서 들어본다. 그러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서 똑같이 반복한다. 처음엔 들어도 뭐라는지 모르는 지경이어도 괜찮아지니까 믿고 해보길
언어는 내가 아는 선에서 들린다. 자꾸 듣고 틀린지 맞는지 확인하면서 늘어간다. 이게 '실제로' 어떻게 발음되는지, 이게 무슨 단어였는지 정말로 알게되고 익숙해지는 순간부터 들리게되는거다. 아는건 사전발음 뿐이고 실제로 어떻게 발음되는지 모르는데 틀리는건 당연한거다. 청해는 일정부분 유추를 통해서 이뤄진다. 내가 아는만큼 들린다. 한국어도 마찬가지니까 안들린다고 낙심할 필요는 없다
추가로 공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오디오북 없이 이미 완독한 책이 있다면, 오디오북만 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다 알아야한다는 부담감 없이 그냥 라디오라고 생각하고 설거지하거나 집안일 하면서 들어보자. 이미 내가 한번 읽은 책의 내용이라 생각보다 들리는게 많을 것이다
오디오북은 일반적으로 발음이 상대적으로 좋고, 특히 소설같은 경우엔 감정을 실어서 말하기 때문에 대화문은 쉐도잉까지 해볼수있다. 이 대화 쉐도잉 부분 때문에라도 일상적이고 현대적인 소설을 읽어보라는 것이다. 또한 그냥 인토네이션을 쉐도잉하기 위해서라면 전체를 해봐도 괜찮다.
이것도 받아쓰기처럼 오래 걸리는 방법이지만 조금씩이라도 듣기능력이 점진적으로 나아진다. 두꺼운 받아쓰기 노트를 어느정도 채우고 앞장으로 가보면, 지금에 비해 거의 한줄씩 빨간펜이 그어져 있는걸 보고 놀랄 것이다.
이렇게 하루에 적어도 한장씩이라도 해보자.
■ 작문까지 해보기
여기서 내가 기억력이 안 좋아서 더 추가해본 방법이 있다. 바로 받아쓰기까지 마치고 오늘 읽은 부분을 요약해서 기록할겸 영어로 작문을 해보는거다. 대부분 앞서 읽은거니까 과거형으로 쓰게 될텐데 그렇게 써도 상관없지만, 나름대로 대화문 식으로도 적어보고 상상해서 내 입장으로 에세이를 쓴답시고 작문을 해보는거다.
물론 부끄럽고 형편없고 겨우겨우 나는 딸기를 좋아합니다 수준이고 '너는 한다 놀이'를 수준이겠지만 정말 괜찮다. 그녀는 그 사실을 기억했다를 쓰는데 적당한 단어를 찾지못해서 돌려돌려 말하는 수준이라도 괜찮다. 그냥 그 내용과 상황을 한껏 써본다.
그리고 다 썼으면 작문을 검토 받아본다. 옛날이었으면 수치스러움을 안고 사람들에게 일일이 물었겠지만, 요즘은 챗 gpt(링크)가 있다. AI 앞이니 부끄러울 필요도 없다. 내가 쓴 문장을 적고, 문법이 틀린 부분이 있으면 수정해달라고 하면서 왜인지 얼마든지 물어볼수 있다.
그렇게 문장이 수정되면 한차례 소리내서 읽어본다. 그리고 이걸 가지고 다시 복사 붙여넣기해서 11th grade 수준으로 고쳐달라고 한다. 그걸 또 한차례 소리내서 읽어보고 공책에 필기한다. 이런 상황엔 이런 단어, 표현을 쓸수 있구나 싶은걸 형광펜으로 표시한다.
단어장이 있다면 저장해보고 단어장을 잘 안 보는 편이라도 이런식으로 작문을 계속 하면서 내가 자주쓰는 표현으로 만들수 있다
일상적인 대화문이 궁금하면 캐쥬얼하게 써달라고 할수있지만 지나치게 캐쥬얼해서 나잇값에 안 맞는 유치한 말투가 될수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또한 AI라고 무조건 맞는 소리만 하는건 아니므로 적당히 참고하길 바란다. 중요한건 이렇게 인풋-아웃풋을 지나치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해야한다는 거다.
나 같은 경우는 막 읽을수 있는 쉬운책은 문법을 생각 안 하고 훌훌 넘기며 읽었고, 동시에 위의 방식으로 공부할 책은 따로 두고 읽었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게 답일까?
답은 정해져있다. 갓난아이들이 부모님의 대화를 듣고 따라하고, 자꾸 접하면서 익숙해지고 내것으로 만드는 것처럼 영어 문장도 자꾸 보고 쓰다보면 어느순간 단어를 몰라도 유추하고 넘어갈수 있게된다. 우리가 한글을 곧 잘 쓰는것도 배움의 덕도 있겠지만 처음은 동화책을 많이 읽고, 인터넷이든 책이든 글을 자꾸 접해서 학습된 것 뿐이다. 영어 원서도 별 다를바 없다. 다 큰 나이에 동화책을 보는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학습의 과정일 뿐이다.
중요한건 계속 읽고, 쓰면서 차근차근 내것으로 만드는 과정이고 우리가 국어를 배우고 배워도 끝이 없는 것처럼 기한이 없고 단기간에 원어민이 되는게 아니란거다. 읽는 행위든, 새로운 책을 접하고 배우는게 재밌어지면 자연스럽게 독서가 내 일상이 되는거지 갑자기 논문급 에세이를 쓰는 뉴욕 주민이 되는 방법 같은건 없다. 작심삼일 때문에 영어를 포기한 사람이라면 동기부여부터 시작해보자. 내 취향의 책을 마구 읽어보고 싶지 않은가?
여기서 더 학습능력을 올리고 싶다면
내가 어느정도 원서를 읽었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더 학습을 해볼 생각이 들었다면, 내가 느꼈던 흥미를 그대로 문법 공부로 이어가면 된다. 독서와 동시에 공부를 해도 좋지만 대부분 기력도 떨어지고 지치기 때문에 여기서 좀 더 높아지고 싶은데? 라는 생각이 들 쯤에 하는걸 추천한다.
문법 공부를 하면서 '아, 이런 문장 책에서도 본것같아'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익숙하고 아는 것이 많아지면 동기부여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진짜 먼지 한 톨도 모르는 상태에서 봐봤자 상형문자 보는 느낌이었던 사람의 경험으로는 그렇다.
내가 도움을 받았던 책은 그래머 인 유즈인데 (광고 아닙니다 돈이나 받았으면 좋겠음) 너무 어렵게 생각거나 급하게 여기지 말고, 당장 유학 갈것도 아니라면 내가 지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게 매일매일 공부하는게 제일이다
또한 독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완독 후에 영어로 독서 감상문도 적어보고, 책 제목과 팟캐스트를 검색해서 들어보세요. 이미 아는 주제로 라디오처럼 얘기를 나누기 때문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유튜브에 많은 외국 북튜버들이 있으니 영상도 찾아서 보고, 화상 독서모임 같은 곳에 참가도 하면서 내가 독서에 느낀 흥미와 동기를 그대로 연결시키면서 자연스럽게 학습도 될겁니다. 또한 이 방법을 BBC나 CNN등 뉴스로 동일하게 적용시켜서 공부하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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