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가재가 노래하는 곳

감상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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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 수 있는 한 멀리까지 가봐. 저 멀리 가재가 노래하는 곳까지.”

줄거리
1960년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의 해안 습지에 사는 카야는 그 누구보다 습지의 생태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마쉬 걸'이라 불리며 경멸당하는 존재다. 습지의 판잣집에서 홀로 남은 어린 카야에게도 한때 가족이 있었다. 술만 마시면 폭력을 가하다 돌연 소식도 없이 사라진 아빠, 폭력을 참지 못하고 어느 날 홀연히 떠나버린 엄마, 이어서 뿔뿔이 흩어져 버린 형제자매들...
그렇게 홍합을 팔아 겨우겨우 살아가던, 글조차 모르던 카야에게 테이트라는 소년이 찾아오는데...


생태학자 작가가 아니랄까봐 자연뿐만이 아니라 시대상과 인간 사회까지 하나의 생태계처럼 잘 엮어낸 소설이다. 보통 본인만 아는 소설의 배경을 열심히 나열하면서 독자들에게 장벽을 쌓는 작가들이 있는데, 이 책은 주인공이 사는 습지의 식물, 동물, 배경의 디테일을 담으면서도 물길을 나아가듯 유유히 감성적으로 풀어나갔다는 게 인상적이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문장 하나에 발을 잠깐 담갔다가 어느새 정신까지 흠뻑 적시게 됐다. 

작가가 왜 습지를 배경으로 정했는지 알 것 같다. 체이스 같은 사람들은 그 깊은 야생을 착취하고 개간해야 할 곳으로 보지만, 사실 습지는 카야의 삶만큼이나 역동적인 생명들이 어우러지며 숨 쉬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시대와 사회와 개인의 고립감이 잘 담겨 있었으며 작가의 수려한 문체대로, 힘 있는 이야기 대로 모두 만족하며 즐길 수 있는 소설이었다.
 



“무슨 말이야,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니? 엄마도 그런 말을 했었어.” 엄마는 언제나 습지를 탐험해 보라고 독려하며 말했다. “갈 수 있는 한 멀리까지 가봐. 저 멀리 가재가 노래하는 곳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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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저 숲속 깊은 곳,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답게 살고 있는 곳을 말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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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낚시할 때 말고는 습지를 제대로 보지도 않거든. 매립해서 개발해야 할 황무지라고 생각하지. 바다생물한테 습지가 필요하다는 것도 몰라. 자기네들이 그것 때문에 먹고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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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캐서린 클라크를 소외시켰던 건가요, 아니면 우리가 소외시켰기 때문에 그녀가 우리와 달라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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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사람들은 카야의 책에서 습지가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육지와 바다를 어떻게 이어주는지 배웠기 때문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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