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더스라는 뮤지컬이 있다. 이 학교엔 헤더스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애가 셋이나 있는데 끼리끼리 아니랄까봐 헤더스라는 일종의 일진 무리를 만들어다닌다. 이러면 분명 주인공도 헤더스겠지? 하지만 주인공은 베로니카라는 전혀 상관없는 이름의 학생이다. 어쨌든 주인공은 제목에 충실하기 위해 이 헤더스라는 무리에 깍두기처럼 꼽사리 끼어 이런저런 일에 말려든다.
이렇게 뭔가 하나씩 어긋나있는 설정처럼 기묘한 본 작품은 동명의 옛날영화가 원작이다. 무려 남주가 뽀송뽀송한 시절의 타노스역 배우라서 도대체 이게 뭔가 싶게 만든다. 어떻게 봐도 제임스 딘에서 따온듯한 이름의 남주 JD 제임'슨' 딘은 그 나이대 애들이 껌뻑 죽는 소위 나쁜남자 스타일로 나온다. Tall, dark and handsome 뭐 이런 표현이 영어에 있지 않던가. 그냥 그거다. 어딘가 그늘이 있는, 훤칠하게 생긴 JD와 여주 베로니카가 눈이 맞아 청춘 드라마가 펼쳐지는데...
남주에게 껌뻑 죽던 여주는 진짜로 껌뻑하는 사이에 사람을 죽이고야 만다. 하이틴 롬콤처럼 보였던 작품은 여기서 고삐가 풀리고 본심을 드러낸다. 짜잔 십대들의 사랑이야기는 개뿔 헤더스는 십대들의 사회문제와 학교문제를 죄다 집어넣은 작품이었습니다.
장르명은 하이틴 미드의 악몽쯤 될 듯. 이렇게 써놓으면 진지한 풍자 같은데 트리거가 될만한 꺼림칙한 소재를 우스꽝스럽게 만들어서 기분 나쁠만한 장면이 꽤 있다. 미국 학교나 여러곳에서 무대로 올리면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조금씩 바꾼 것 같기는 하지만. 미국 스탠딩 코미디의 그 불쾌한 느낌을 떠올려보면 이해될듯. 불쾌한데 어쨌든 블랙코미디인...
자잘한 고찰은 뒤로하고 진짜 쓰고싶었던 건 음악이 내 취향이라는거다
밴드음악+기타리프+베이스+노래가 너무 신나
취한채로 남친 방에 무단침입해서 뜨밤을 보내자는 베로니카와 당황하다가 순순히 따르는 JD의 핫한 넘버다. 뮤지컬 무대에서도 베로니카가 주도권을 쥐고 신나는 밤을 보내는 장면으로 연출되는 것 같다. 밖에서 듣지 말것...
두번째로 좋아하는 넘버. 같이 사람도 죽이고 학교도 날리자는 중2병 JD가 얼마나 미친놈인지 깨닫고, 이별을 선고하는 베로니카의 강한 목소리가 멋있다. 가사는 더 멋있다. 사랑한다는 JD의 말에 베로니카의 반응이 금상첨화. 한심하다 정신 좀 차려라 하는 듯한 "Dude..."가 모든걸 말해준다. 나쁜남자 그런건 창작물에만 나오는거지 현실은 이런거고
혼자만의 환상에서 살고있던 JD는 베로니카가 떠나자 이성을 잃고 학생들을 학교에 몰아넣고 한번에 폭파시키기로 한다. 지 혼자 로미오와 줄리엣을 찍는 듯한 애절한 멜로디와 다 죽인다고 씩씩대는 정신이 분열된 구간이 포인트다. JD 배우분들이 제일 힘들어했을 부분일 듯
초기 브로드웨이는 옛날 미드 베로니카 마스 배우분이 여주를 맡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 드라마 줄거리나 분위기도 이 지경이었다. 하여튼 둘 다 마니아가 좋아할만한 컬트적인 작품이지만 우리나라 정서로는 기겁하기 딱 좋다
영국에서는 아직까지도 뮤지컬이 계속 되나본데 절대 한국에 안 들어오겠지... 소재부터 너무 자극적이고 난장판이라 뉴스에나 오르지 않으면 다행... 하지만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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