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A Court of Mist and Fury

감상
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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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5

장점 : 1권에서 로맨스가 밋밋했다는 독자들의 도파민을 터뜨림, 진짜 순애, 캐릭터들 간의 케미, (그래픽 오디오북) 성우들
단점 : 좋으나 나쁘나 YA, 가끔 오그라드는 부분이 스쳐감
 
 

(약간의 스포 주의)

 
 
ACOTAR 주인공 커플인 리샌드/페이러 팬덤이 왜 이렇게 큰지 단번에 이해가 가는 책이었다. 1권은 여기 이런 맛이 있어요 하는 맛보기조차도 아니고 이 맛난걸 혼자 먹으려고 숨겨둔 수준이었음을... 당분간 혈중 로맨스 판타지 결핍은 없을 듯
 

무엇보다 이번 권에서는 페이러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서 이전보다 답답함이 덜했다. 특히 리샌드가 화살을 맞고 잡혀갔을 때, 페이러가 사냥으로 밥벌어 먹던 실력을 발휘해 역추적해서 싹 털어버리는 장면이 흥미로웠음
 
1권이 빌드업, 3권이 본격적인 시작+다양한 캐릭터들 활약이라면 2권은 리샌드와 페이러의 관계 탐구에 포커스를 맞췄다.
 

리샌드랑 페이러 로맨스 서사 맛집이었는데 이걸 모르고 살았네. 이런 서사가 있다고 나한테 광고했어야지 이걸 이제야 봐서 얼마나 억울한지 아냐고요. 내 안의 리샌드 이미지는 1권 초반 능글캐 전형이구나 → 1권 중반 너도 잡혔니? →  1권 후반 엥 관심있냐? → 2권 초반 엄청 관심있나보다 → 2권 중반 너 좀 복잡한 캐릭터구나 → 2권 후반 리샌드는 도대체 엉엉엉 이 단계를 충실히 밟음

 
 
1권에서 얘가 행동했던 거, 말했던 거 하나하나 여기서 이해하고 나니까 다르게 보이기 시작함. 아니 원래도 큰 논란이 일만큼 이상한 짓을 한 건 아니었지만... 탐린이 진저리를 칠 정도로 적대했고, 아마란사 시종노릇도 했던 탓에 나조차도 전형적인 적+로맨스 남주 클리셰라는 단순한 단면으로만 봤던 것 같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페이러가 외유내강이라면 리샌드는 외강내유 그 자체로 느껴졌음
 
 


"So I let you walk away. I told myself after you were gone that maybe... maybe the Cauldron had been kind, and not cruel, for letting me see you. Just once. A gift for what I was enduring."

"And then—then I learned your name. Hearing you say it … it was like an answer to a question I’d been asking for five hundred years."

 

 

이렇게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가 자신을 괴물처럼 바라본다 해도, 다시는 못 볼지 몰라도 그저 안전한 곳에 행복하게 살길 바라며 그 모든 미친짓을 해낸다니
 
 
 
리샌드는 닳고 닳은 자존심으로 모두 짊어지고 감내하면서 페이러를 위해서,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 나아가야 할 때를 아는 캐릭터라는게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중요한 순간마다 '페이러는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감히' 라는 마음 가짐으로 본인은 뒤로하고 페이러가 최우선이 되는 선택만을 해왔다니까 억장이 무너지는거예요. 그렇게 자신을 악인으로 포장하면서까지 행복만을 바랬던게 리샌드였으니. 거래를 통해 탐린으로부터 구해낸걸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이라고 여긴게 애틋해서 미칠것 같음
 
 
무엇보다 탐린과 대척점이 계속 강조되는데 그 중 가장 큰 차이점은 페이러를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것이었다. 탐린은 옛날 군주의 자화상이래도 믿을 만큼 엄중하고 권위적인데 반면, 리샌드는 짖궂을 때도 있지만 늘 페이러의 의사가 먼저고 알아서 잘 해낼거라고 신뢰하는게 좋았다. 하이 '레이디'(=Lord에 대응하는 여성형 지칭)는 프리시안에서 존재한 적이 없었으며 페이러는 배우자가 될거라고 멋대로 결혼식을 진행하던 탐린한테 정 떨어졌다가, 예전부터 일리리안의 날개꺾기 같은 여성혐오 풍습을 없애려해왔던 리샌드랑 친구들 보니까 그저 편안함
 
탐린은 애타는 목소리로 걱정만 했지, 행동으로 나서지 않았으니 페이러는 언제나 스스로를 위해 일어서야 했다. 리샌드는 오랜 고통에 시달리며 반쯤 포기한 상태였지만, 페이러를 만나고 일어나 맞서기로 했다. 스스로를 위해, 페이러를 위해. 이런게 진짜 동반자이자 동료의 역할이 아닐까?
 
 

그래픽 오디오북 중후반부 샘플

 
 
아무튼 이 책은 긴장감과 팽팽한 분위기부터 어색하지만 설레는 분위기까지 로맨스를 풀코스로 제공한다. 덤으로 핫한 장면까지 넣어 줬더라. 여기에 잘 만들기 힘든 앵스트까지 말아줘서 후반부 리샌드 고백 장면(샘플 부분 아님)은 여러번 들어도 좋다... 아니 그냥 길 가는 사람들한테 이 부분까지만이라도 먹어보세요 하고 밥숟가락 든채로 호객행위 하고싶음
 
아, 성우들 연기 얘기도 해야된다. 페이러 역을 맡으신 분은 내래이션도 자연스럽고 감정표현도 능숙하셔서 들을때마다 감탄하고 몰입됐다. 리샌드 역 성우분은 오디오북이라 엄청 또박또박 읽으시면서도 능글맞은 느낌을 잘 살려서 리샌드가 리샌드 연기하네 이런 느낌이었음
 
몇 번이고 쓰러졌다가 일어선 페이러와 리샌드가 짝이라는 게 더 좋다. 탐린을 향한 일차원적이고 단순한 질투만 느끼는게 아니라는 것도 매력을 더 해주는 요소였다. 한 때 친우였지만 참혹한 과거가 있고, 은연중에 탐린을 모범이자 귀감으로, 스스로를 빌런으로 여기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그 행간이 진짜 미슐랭임. 페이러가 홧김에 던진 말로 혼자 끙끙대며 괴로워했을 리샌드까지 떠올리니 여기가 내 무덤이다 싶었음. YA 책은 그냥저냥 보는편인데 이 집이 남주를 맛있게 말아주네...
 
아무 감정이 없거나,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 중 하나를 마주하는 두려움보다 차라리 날 증오하는게 나았으니까. 널 사랑하게 되면 가족과 친구들처럼 내게서 앗아갈테니까. 이렇게 속이 문드러지는 남주를 찾고있으면 여기가 맛집입니다. 그리고 특징적인 여성 조연들도 틈틈히 등장해서 의외였다. 특히 인간 왕국의 여섯 여왕들, 이너서클의 모르와 암렌, 페이러 자매들까지. 조금 더 활약했으면 싶었는데 그건 다음 권에서...
 
  
잡소리 : 캐시안 목소리 왜 이렇게 스무스하고 멋있지 
2권 리뷰를 지금 쓰는 이유 : 바쁘고 정신 없는데 읽을건 많아서 미루다가 뒷북. 다음 권은 언제 쓸지 모르겠다
 
💎이것도 역시나 리샌드 시점의 팬픽 추천(링크)

 


 

▼ ACOTAR 시리즈 3권 리뷰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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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OTAR 시리즈 1권 리뷰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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